팀러너스: 어떤 문제든 함께 풀어나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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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형준
작성일
2023-03-10 18:23
조회

다양한 Generative AI 서비스들이 버티컬을 막론하고 빅테크와 스타트업으로부터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서도 일찍이 이 영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여러 기술 트렌드 및 플레이어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었고, 최근 Gen AI 분야에서의 첫 투자를 ‘팀러너스’에 하였습니다.

‘팀러너스’는 작년에 바이럴되었던 ‘슈퍼닷츠’ 채용공고 및 토스의 성장기를 담은 ‘유난한 도전’에 임팩트있게 등장한 정승진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입니다. 글로벌 타겟으로 지금까지 전혀없었던 형태의 컨텐츠 플랫폼을 AI 기반으로 만들고 있는 팀으로, 13명의 구성원이 밤낮없이 ‘가설-실험’ 사이클을 반복해가며, 법인명처럼 하루하루가 다르게 많은 것을 배워고 성장해나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저희는 투자 후의 포스팅을 통해 팀, 시장, 프로덕트 등의 관점에서 투자 논지를 소개드리고 있는데, 오늘은 지난 6개월 간 팀러너스와 만나서 나눈 이야기를 회고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그래야만 팀러너스가 왜 AI 컨텐츠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지, 왜 각자가 KPI 강아지 인형을 돌보고, 왜 세상에 풀지 못하는 문제가 없다고 믿는지에 대해 설명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초기 스타트업들과 일하는지에 대해서도요.

(정승진 대표님께서 팀원 분들께 선물한 KPI 강아지.
KPI를 강아지처럼 잘 돌보자라는 마음을 담았다.)

 

러너스컴퍼니, 2022년 7월 8일

처음 정승진 대표님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토스의 지인을 통해서였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커피챗을 하던 중 습관처럼 “요즘 나와서 창업하신 분 없어?”라고 물으니 최근 토스 베트남 PO를 하셨던 분이 퇴사 후 창업한 것 같다고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며칠 뒤, 링크드인과 페이스북을 통해 정승진 대표님께서 ‘러너스컴퍼니’라는 법인으로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당시 검토 중이던 건들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8월 11일에 러너스컴퍼니 오픈챗을 통해 처음 연락을 드린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러너스컴퍼니와의 첫 콜드톡. 생각보다 답장이 빨랐고,
베이시스트라는 것을 알아주셨다.)

 

 

첫 만남, 2022년 8월 17일

무더운 여름날, 강남역의 오피스텔에 세 분이서 함께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네 잔을 사들고 첫 방문을 하였습니다. 도착하니 정승진 대표님, 천명승님, 맹주성님이 반겨주셨고, 마땅히 미팅을 할 공간이 따로 있지 않아서 오피스텔 방 한 가운데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듣자하니 정승진 대표님은 토스 퇴사 직후 법인을 설립하셨는데, ‘창업이 정말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자 6개월간 세계를 돌며 원없이 놀다 오셨고, 결과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인생에서 제일 재미있고, 창업은 그것을 평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는 결론을 내리셨다고 했습니다. 결론에 다다른 후 본격적으로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고요. 그리고 운이 좋게도, 저는 러너스컴퍼니가 복귀 후 처음으로 연락을 준 심사역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중에 대표님은 그란데 사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샷하며 “제가 원래 원샷이 습관이 되어있어서요 ㅎㅎ;” 라고 하시기도.

본격적으로 저희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앞으로 무엇을 하시고자 하시는지 여쭤보자 팀에서는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첫째는 ‘노화, 질병 등 인류의 가장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 둘째는 ‘토스의 성장 방정식을 활용하여 사용자의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후자의 것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자를 처음 들었을 땐 좀 벙쪄서 리액션을 잘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초기 스타트업이 그게 되나요?”라 여쭈니 팀에서는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로 반문하셨고, 저는 그자리에서 안되는 이유를 찾아 나열하는 것이 전혀 의미가 없을 것이라 직감했던 것 같습니다.

첫 만남에서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당장 펀딩에 대한 니즈가 없으셨다고 하셨지만, 꽤 묘한 여운이 진하게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게 팀의 에너지 때문인지, 눈빛 때문인지, 문제의식 때문인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저는 내부에 이런 팀이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 2주 뒤에 신윤호 대표님을 모시고 또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슈퍼닷츠, 2022년 9월 1일

러너스컴퍼니와의 두 번째 미팅을 앞둔 8월 말,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크게 바이럴된 채용 공고가 있었습니다. ‘슈퍼닷츠’라는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슈퍼닷츠는 러너스컴퍼니가 지난 미팅에서 말씀하신 ‘토스 스타일의 아이템’에 대한 실험을 하는 주체였습니다. 꽤나 설레는 스토리를 담았던 그 채용공고가 바이럴된 것은 심사역 입장에서 더 이상 정보 아비트라지가 없어졌고, 그 이후부터는 ‘어떻게든 팀의 마음을 사는 게임’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기도 했습니다. 단기적으로 펀딩 니즈가 없다는 회사이기 때문에 장기전이 될 것이었고요.

신윤호 대표님께 이런 배경을 미리 공유드리고 또 다시 강남역 오피스텔을 찾아뵈었었습니다. 슈퍼닷츠 공고가 바이럴된 이후여서 팀은 역시나 그 사이에 상당수의 VC들을 만난 뒤였고, 자연스레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궁금증이 생기신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들은 베이스인베스트먼트라는 하우스를 파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저희가 추구하는 본질에 대한 궁금증들이었으며, 신윤호 대표님께서는 이 질문들 자체를 꽤 즐기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미팅을 마쳤습니다. 그 당시에도 러너스컴퍼니는 아직 구체적인 아이템이 없었고, 네명 뿐인데 인류의 지상과제를 해결하고 싶어했고, 펀딩은 물론이거니와 법인 구조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구체화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신윤호 대표님은 이 팀이 어떤 방향을 잡고, 어떻게 나아가는지에 대한 것을 지켜보고싶다는 생각을 꽤 강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프로덕트 공장, 2022년 10월 6일

두 번째 미팅을 마치면서 한달 뒤에는 저희 사무실에서 뵙자는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원래 정해진 날짜는 9월 29일이었는데, 정승진 대표님께서 약속 하루 전날 연락을 주시며 “내일 프로덕트 2개를 런칭하게 되어 일정을 미루고 싶다”는 말씀을 주셨었습니다.

일정을 미루는 것이야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한달 전에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갑자기 프로덕트가 나온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일단은 그로부터 2주 뒤에 뵙기로 하고 참아보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궁금한 나머지 참지 못했습니다. 채 일주일이 안되어 무엇을 만들고 계신지 알려달라고 또 연락을 드렸는데, 그 땐 이미 2개가 아니라 19개의 서비스가 출시된 상황이었습니다. 앱과 웹을 넘나들며 데이팅, 타로, 뉴스, 다이어리, 명언, 멘탈케어 심지어 코란까지. 또 놀라웠던 것은, 한달 전의 슈퍼닷츠 공고를 보고 10명의 풀타임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닥치는대로 제품을 만들고, 초기 유저 반응을 보고, 반응이 오는 것을 더 키워나가는 식의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고, 저희끼리는 이것을 프로덕트 공장이라고 칭했었습니다.

 

 

유리벽과 냉장고, 2022년 10월 18일

긴 투자 검토의 과정에서 이 날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원래 이 날은 저희 사무실에서 뵙기로 약속을 하였으나, “죄송스럽게도, 매출을 내기 전까지는 사무실 밖으로 한발자국도 안나가기로 팀끼리 약속을 했다”는 말에 혀를 내두르며 역삼동 사무실로 찾아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길래?’란 생각을 하면서요.

이사하신 역삼동 사무실로 찾아뵙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도착하니 실제로 10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 계셨었고, 저희가 도착하자 모든 구성원이 함께 모여 앉은 뒤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였습니다. 생전 처음 겪는 세팅과 경험이어서 매우 어색했지만 (그날 첫 출근하신 분도 계셔서 러너스컴퍼니 분들조차도 서로 어색해 했었습니다.), 극초기 팀의 모든 분들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인상적이면서도 소속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자기소개를 한 뒤에 여쭤보니 현재는 3~4개의 서비스로 좁혀서 매출을 내는 작업을 해보고 계시다고 하였습니다. 그때까지도 그것을 왜 하고 계신지에 대해서 아주 잘 이해하지는 못하였는데, 그러던 중 몇몇 외부 인부 분들께서 방문하셨습니다. 팀 분들께 상황에 대해 여쭤보니, 사무실 방과 방 사이의 유리벽을 부수기 위해 불렀다고 하시더군요. 이 벽이 팀의 소통에 방해가 되고 있고, 그것이 팀의 생존과 직결될 정도로 크리티컬한 문제라면서. 그리하여 저희가 보는 앞에서 그 유리벽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러너스컴퍼니에게 이 유리벽은 풀어야하는 ‘문제’였고, 눈앞에 보이는 문제가 있다면 빠르게, 주저없이 해결해나가는 것이 이 팀의 DNA인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던 날이었습니다.

(아아, 그는 좋은 유리벽이었습니다..)

 

다소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관계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혹시 도움 필요하신 것 없으세요?’라고 여쭤봤습니다. 투자 또는 사업과 관련된 요청을 기대했었는데, 근처에 계시던 명승님께서 “사람이 늘어났는데 음료 냉장고가 너무 작아요.”라고 지나가듯이 말씀하셔서 웃고 나왔습니다.

신윤호 대표님과 소회를 나누기 위해 근처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 날 보고 들었던 것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고, 아이템이 아직 미지수더라도 팀이 아주 (좋은 쪽으로) 문제가 많으니 어떻게든 IR 자리에 모셔보자는 결론이 나왔었습니다. 그리하여, 남은 맥주를 마신 뒤 다시 사무실로 찾아뵈었습니다. 정승진 대표님은 제가 다시 찾아오자 조금 놀라셨던 것 같은데, ‘저희가 투자를 하고 싶으니 한번 오셔서 피칭을 해달라’ 부탁을 드렸고, 대표님께서는 생각해보고 답변을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며칠 뒤 PMF를 찾기 전까지는 투자를 받지 않으시겠다는 결론을 공유주시긴 했지만요.)

이 날도 꽤나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고, 집에 가는 길에 명승님께서 지나가면서 말씀하신 냉장고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왠지 그 얘기가 저의 문제해결 방식이나 의지를 확인해보기 위해 낸 일종의 테스트와도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VC는 대부분 망상병이 있습니다.) 그래서 별 고민없이 네이버에 ‘업소용 음료 냉장고’를 찾아보고, 러너스컴퍼니로 배송을 시켰습니다. 왠지 멋진 회사에 무언가 오래갈 작은 것이라도 일단 남기고자하는 마음이었달까요.

(냉장고가 필요하다 하신 명승님과 문제의 업소용 음료 냉장고)

 

이기는 팀, 2022년 11월 21일

10월 말, 토스의 공동창업자인 이태양님께서 베이스인베스트먼트의 그로쓰 파트너로 조인을 해주셨었고, 11월 미팅에는 정승진 대표님과 잘 아는 사이인 이태양 파트너님을 모시고 갔습니다. ‘동족을 데려왔으니 무장해제하세요’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가자마자 정승진 대표님께서 저희 팀에 합류한지 한달도 안된 이태양 파트너님을 팀에 꼬시려는 것을 보고, 파트너님을 앞으로 잘 숨겨둬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 시점에는 팀의 인원은 13명으로 늘어나 있었고, ‘타로언니’와 ‘H클래스’라는 2개의 서비스에서 연말 내로 BEP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 처음으로, 왜 러너스컴퍼니가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듣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러너스컴퍼니가 진행하는 이 사이클(실험)은 위닝 멘탈리티와 실력을 갖춘 팀을 키워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소위말하는 네카라쿠배 출신의 타이틀/이력만 S급이 아닌, ‘문제’를 ‘함께’ 풀어서 ’성과’를 만든 팀을 키워내는 방식입니다.

‘사업’의 미션(e.g. 금융을 혁신한다)을 보고 모인 것이 아닌, 같이 일하는 ‘팀의 퀄리티’, ‘일하는 방식’, ‘일하는 문화’를 보고 모인 사람들로 팀을 꾸리고, 이 팀을 통해 처음에 ‘작은 문제’를 풀어서 성과가 만들어진다면 내부에서 위닝 멘탈리티가 공유되고, 결과적으로 더 ‘큰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작은 문제’가 당시 타로와 데이팅으로 BEP를 맞추는 것이고, ‘큰 문제’는 제일 처음 뵈었을 때 이야기하신 노화, 질병과 같은 문제들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한번에 그렇게 되긴 어렵겠지만,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들이 모인 팀이 있다면 풀지 못하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프로덕트 실험은 그저 수단이었고, 실질적으로 정승진 대표님께서 하고 계신 것은 ‘이기는 팀’을 만들어내는 조직에 관한 실험이었던 것입니다. 그제서야 이 팀에 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의 개발자, 변호사 출신의 데이터 엔지니어 등이 모여있는지가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었고, 지금까지 해오던 많은 것들이 이해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팀과 같은 낭만이 있지만, 그 낭만을 달성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실험하는 팀을 보며 매료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조차도 가설이고 실험인지라, 팀은 연말까지 BEP를 달성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BEP를 달성하고 나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답이 없던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이 팀이 목표를 달성하여 더 크게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난한 도전, 2022년 12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팀을 해체한다는 각오로 달리고 있는 팀의 리소스를 더 뺏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동안 직접 연락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때는 토스의 성장기를 다룬 서적 ‘유난한 도전’이 큰 인기를 끌던 시기였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팀을 또 다시 뵐 수 있었습니다.

유난한 도전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승진 대표님은 꽤나 임팩트있게 등장을 합니다. 토스의 성장 정체기를 뚫고나간 주역이었지만, 그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책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존재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간 봐온 대표님은 그저 성장, 임팩트, 문제해결에 순수하게 빠져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배려, 공생, 팀워크와 같은 키워드들과 꽤나 잘 어울리는 분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본인의 어떠한 성향이 큰 걸림돌이 되는 경우, 그것조차도 해결해나갈 분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덧: 유난한 도전에서 음식물이 든 배달음식 용기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려서 이슈가 된(?) 정승진 대표님은,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때가 된 것 같아요, 2023년 1월 6일

새해가 되어 인사 겸 근황을 여쭙기 위해 연락을 드렸고, 또 다시 찾아뵙기로 하였습니다. 가는 길에 목표를 달성했을 것이라는 기대와 목표 달성에 실패하여 사무실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모습에 대한 걱정을 정확히 반씩 안은채 도착했는데, 다들 여전히 치열하게 일하고 계신 모습을 보고 꽤나 안도감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팀은 12월에 성공적으로 BEP를 달성하였고, 그 직후 기존 서비스의 리소스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문제를 풀 영역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Generative AI였습니다.

ChatGPT, Midjourney 등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직후였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글로벌에서 성공가능한 B2C AI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것이 어떤 서비스나 플랫폼의 형태가 될지에 대해서는 전혀 구체적이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실험을 통해 찾아나간다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었고요.

위닝 멘탈리티를 공유하며 성장한 팀을 구축했고, 새롭게 풀어낼 크고 재미있는 문제를 찾은 정승진 대표님은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저희 이제 투자 받을 때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꽤나 해맑은 모습이었고,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IR, 2023년 1월 18일

팀에서 펀딩에 대한 결심을 하신 후 심사역이 할 일은 이들의 비전과 이야기를 가장 좋은 형태로 하우스 내부에 전달되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팀은 IR에 대한 개념이나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투자를 받는 리소스는 최소한으로 들이고 싶어하였습니다. (ㅠㅠ)

그리하여, 거의 처음부터 함께 붙어서 준비를 했고, 일반적인 덱의 형태가 아닌, 팀에서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도록 줄글의 형태여도 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후 팀과 Workflowly를 통해 이야기의 뼈대를 함께 잡아나갔습니다. 뼈대를 잡는 것부터 디테일한 스토리라인을 다듬는 것 까지는 총 5일 정도가 걸렸던 것 같습니다. 8월부터 러너스컴퍼니 팀이 이야기한 것과 해온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 팀이 그간 실험해온 방식과 러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나니 ‘스타트업으로서 프로덕트 가설검증을 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구나’를 더 잘 깨닫게 되었습니다.

덱 완성 후 제가 드렸던 말씀은 “IR 후 질문이 거의 없을 것이고, 좋다 또는 나쁘다 정도의 평가만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팀이 지난 몇 개월간 해오던 것은 이미 fade out 되었고, '우리는 AI 라는 영역에서 실험과 문제풀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팀'이다라는 것이 핵심 메시지였기 때문입니다. 러너스컴퍼니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이었기에, 팀의 비전, 역량, 일하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월 18일, 그때서야 정승진 대표님, 명승님, 주성님께서 처음으로 저희 사무실에 오셨고, 베이스인베스트먼트의 파트너, 심사역, 어드바이저들이 모두 계신 자리에서 지난 4개월간 러너스컴퍼니에서 해오셨던 일들과 앞으로 해보고자 하시는 일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역시나 질문은 많지 않았고, IR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 진행된 투심에서 만장일치로 투자 승인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베이스인베스트먼트라는 하우스 전체가 하나의 팀으로써 러너스컴퍼니가 어떤 팀인지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팀러너스가 AI로 만든 인플루엔서)

 

 

인재 보상 풀, 2023년 2월

베이스인베스트먼트의 투심은 IR로부터 정확히 1주일 뒤, 정해진 일정에 맞추어 진행이 됩니다. 투심을 위해서는 정확한 투자 조건이 정해져 있어야했는데, IR 당시만하더라도 정확한 조건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IR과 투심 사이 설연휴에 투자 조건을 논의하기 위해 찾아뵙고자 하였을 때, 팀에서 한가지 부탁의 말씀을 전해오셨습니다. 향후 회사를 운영할 때 '팀원들의 보상풀을 40~50%로 가져가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승진 대표님의 경험상 기존에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운영되는 스톡옵션풀 10%는 매우 적고, 뛰어난 인재를 꾸준히 확보 및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량이나 베스팅 조건의 관점에서 더 팀을 동기부여시킬 수 있는 형태의 보상풀을 운영하고 싶은 니즈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스톡옵션 풀로만 운영하는 것은 투자자의 과도한 지분 희석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수용하기가 어려웠는데, 정승진 대표님은 이를 RSU 또는 대표이사 지분의 증여와 같은 형태를 섞어서라도 꼭 실행하길 원하셨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 및 대표이사의 이해관계를 정렬시키기 위해 대표이사의 지분은 매우 보수적으로 관리가 되는데, 정승진 대표님은 회사가 무한히 커지면 본인의 지분율이 적어지더라도 큰 업사이드를 가질 수 있으며, 회사가 커지는 데 있어서는 큰 규모의 보상 풀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역시 그가 필요로하는 문제해결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저희 또한 회사가 커지기위한 수단이라면 방법론에 대해 동의가 되었고, 이 과정에서 여러 법무, 회계법인들과 논의를 거치며 현실적으로 이를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을 마련하였습니다. 그 결과, 매우 이례적으로 투자자-회사-대표이사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정렬된 형태로 40%의 보상풀을 셋팅할 수 있었습니다.

 

 

공동 창업자처럼, 2023년 2월 20일

러너스컴퍼니와의 첫 투자 여정은 6개월간의 논의 끝에 2월 20일 납입을 기점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투심 이후 회사는 법인을 새로 ‘팀러너스’로 설립하였고, 여러 VC들을 추가로 만나기도 하셨지만 감사하게도 베이스인베스트먼트를 리드 투자자로 맞아주셨습니다.

“너무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러너스컴퍼니로 지낸 4개월간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운 문제가 있었나요?”와 같은 질문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문제는 풀면 되니 어려워도 상관없어요”라고 말해주는 팀과 이 여정을 함께 하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

길면서도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늘 조마조마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과정이 길었던 덕분에 팀이 어떻게 실험하고, 성장하는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강남역 오피스텔, 첫 프로덕트, 팀 셋팅, 법인 설립, IR, 투자 계약서 날인 등 여러 마일스톤들이 있었지만, 늘 공동창업자의 마음으로 팀에게 가장 좋은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지내왔고, 이 과정을 담당 심사역인 저 뿐만 아니라 베이스인베스트먼트의 모든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함께해주셨습니다. 나날이 함께 더 성장해나갈 팀러너스 그리고 베이스인베스트먼트에 많은 기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끝으로, 이 멋진 팀에서 하루라도 함께 일해보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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