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바꾼지 4년이 지났고, 애플은 작년에 '비전 프로'를 내세우며 "공간 컴퓨팅"이라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XR", "VR", "AR" 등 이름은 각기 달라도 모두가 하나의 미래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이 시장엔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콘텐츠와 디바이스의 문제입니다. "볼 만한 콘텐츠가 없으니 기술 발전이 더디다", "디바이스가 불편하고 비싸니 콘텐츠 개발에 누가 뛰어들겠는가" 하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실제로 작년 출시된 비전 프로의 가장 큰 약점도'킬러 앱'의 부재와 콘텐츠 부족이었습니다.
이 거대한 시장의 아킬레스건, '3D 콘텐츠 제작'이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팀이 바로 스케치소프트입니다.
“왜 아직도 3D는 어렵고, 불편해야 할까?” 스케치소프트의 대담한 질문
생성형 AI가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 음성, 비디오까지 만들어내는 시대지만, 유독 3D/공간 분야는 더디게 느껴집니다.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3D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기존 3D 제작 툴들은 너무 어렵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좋은 3D 데이터를 많이, 잘 쌓는 것이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지만, 정작 그 시작점부터 막혀 있었던 셈입니다.
스케치소프트의 '페더(Feather)'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머릿속 3차원 생각을 2D 화면이 아닌, 3D 공간에 직접 쉽고 빠르게 그려낼 수 있는 직관적인 툴이자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죠. 마치 종이에 스케치하듯, 그러나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경험. 기술의 장벽에 막혀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치지 못했던 수많은 창작자에게 새로운 무기를 쥐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시작부터 함께해서 모든 맥락을 함께하는 팀
사실 스케치소프트와 저의 인연은 창업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9년 말, 김용관 대표가 창업을 준비하던 시절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창업 상담을 하며 법인 설립까지 도왔습니다. 2020년 2월 13일, '1, 2, 3이 모두 들어간 날짜'라며 좋아하던 대표님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회사가 세워진 지 단 일주일 만인 2월 20일에 첫 투자를 집행했습니다. 독서실 같은 골방 사무실에서 시작한 팀의 여정을 처음부터 함께한 셈입니다.
그 믿음은 2021년 10월, 소프트뱅크벤처스, SV인베스트먼트와 함께한 후속투자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팀은 묵묵히 제품 고도화와 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는 데 긴 시간을 쏟았습니다. 페더는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제품의 완성도가 곧 사용성과 가치 제안에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담금질해 온 결과물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직전, 저는 베이스벤처스에서 이 팀을 다시 만나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시작부터 모든 맥락을 함께하며 지켜봤기에, 이들의 뚝심과 저력을 그 누구보다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왜 창업자 김용관 대표는 '미친 사람'인가?
저희 회사(베이스벤처스)에서는 투자할 때 늘 묻습니다.
"이 창업자는 왜 미친 사람인가요?"
스케치소프트의 김용관 대표는 이 질문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인물입니다.
첫째, 그의 꿈과 야망은 단순히 ‘성공한 도구’를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김용관 대표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3차원이고, 생각도 3차원으로 하는데 왜 표현은 2D가 편할까?”라고 늘 고민해 왔습니다. 즉, 그의 경쟁 상대는 기존의 도구나 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상상을 시각화할 때 자연스럽게 찾는 종이와 펜입니다. 그는 전 세계 창작자들이 머릿속의 생각과 상상을 3차원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바꾸고, 그 방식이 바로 페더를 통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거대한 포부입니다. 픽사나 에픽게임즈처럼 도구가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가 다시 세상을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죠. “이 정도로 임팩트를 줄 게 아니면 1인 창업해서 적당히 팔거나 오픈소스로 풀었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서, 보통의 야망을 넘어선 집념이 느껴집니다.
둘째, 그의 집요함은 타협을 모릅니다. 3D 스케칭 기술의 산실인 KAIST 연구실의 1호 박사로, 높은 기준 아래 함께하던 선후배 대다수가 자퇴하는 환경을 견디고 처음으로 졸업한 경험은 그의 단단함을 증명합니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도 "80점이면 충분하다"는 태도를 용납하지 않고, 항상 200%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만 남기며 조직 문화를 다져왔습니다. 제품이 가진 결핍을 동기부여 삼아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그의 모습은 '겉모습과 다르게 정말 굳은살이 많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셋째, 그의 리더십은 조직에 대한 명확한 가치관에서 나옵니다. 그는 내부에 무조건 좋다고만 말하는 예스맨을 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제품은 형편없다”라고 솔직하게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려 합니다. 대표로서 그런 사람들을 성장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미대에서 페더를 가장 열정적으로 활용할 초기 멤버들을 직접 발굴한 일화는 ‘도구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만든다’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단순한 툴을 넘어, 창작의 미래를 조각하다
스케치소프트, 그리고 페더는 단순한 3D 드로잉 툴 그 이상입니다. 저희가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장의 ‘통점’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XR과 메타버스 시대의 핵심은 콘텐츠지만, 기존 3D 제작 환경은 전문가에게도 높은 허들이었습니다. 페더는 이 ‘콘텐츠 부족’이라는 명확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2.
압도적인 팀 전문성: 10년 이상 3D 스케칭 연구 개발에 매진해 온 김용관 대표를 필두로 한 스케치소프트 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경력과 디자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품 완성도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Product-Market Fit 과정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3.
‘데이터’를 쌓는 현명한 전략: 페더는 초기 유료화(OTP, One-Time Purchase) 전략을 통해 열성적인 초기 사용자를 확보하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양질의 3D 에셋과 사용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3D 생성 AI 모델 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자산이 될 것입니다.
4.
거대한 장기 비전: 스케치소프트는 페더를 단순한 툴에 머무르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웹 기반 갤러리 서비스,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능 고도화, 나아가 오리지널 IP 제작까지 염두에 둔 확장 전략은 이들이 꿈꾸는 미래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을 넘어 플랫폼, 데이터, 콘텐츠를 아우르는 사업으로의 진화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그 믿음에 답하다: 2025 애플 디자인 어워드 수상
저희가 보았던 그 뚝심과 집념이 가장 빛나는 방식으로 응답받았습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의 축제인 Apple WWDC 2025에서, 스케치소프트의 페더가 디자인과 기술력의 정점에 있는 앱에게만 주어지는 '애플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것입니다. 그것도 한국 개발사 중에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디자인 기준을 가진 Apple조차 페더의 마법, 즉 강력한 기능을 품고 있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간결함의 미학을 인정한 셈입니다. 이는 저희가 처음부터 보았던 바로 그 가능성이었습니다.
수상이 끝이 아니라는 듯,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창작 도구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겠다"
라는 김 대표의 다짐은, 저희가 알던 그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정상에 오른 순간에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점이 그렇습니다.
독서실 같은 골방에서 시작된 꿈이 전 세계 5만 명의 창작자를 지나, 마침내 애플의 인정을 받는 이 순간. 저희는 스케치소프트가 3D 창작의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는 처음의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Subscribe to 'BASS Ventures'
Subscribe to my site to be the first to receive notifications and emails about the latest updates, including new posts.
Join Slashpage and subscribe to 'BASS Ven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