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를 맞이하는 스타트업에게 드리는 말씀

Opinions of Bass
작성자
신윤호
작성일
2022-08-26 11:36
조회

사업의 외부 환경은 늘 변화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정도와 방향은 스타트업이 조절 할 수 없는 외생변수이지요. 최근 많이 언급되는 시장 경색, 불경기 등의 단어는 이미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듯 합니다. 아래의 글은 저희가 지난 6월 말 저희 베이스 포트폴리오분들께 보내드린 내용으로, 최근의 상황에 대한 배경 / 영향 / 대응 / 전망을 공유 드린 내용입니다. 현 상황에 대한 저희의 생각과, 저희 포트사들과 이를 어떻게 함께 하고자 하는지의 내용을 전달드리는 취지에서 원문을 그대로 공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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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메일은 저희 베이스의 포트폴리오 회사 주요 인원 분들께 드리는 내용입니다.


최근 시장이 많이 어려워 질 것이다 라는 여러 이야기들을 듣고 계실텐데, 이것이 어떻게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메일을 드립니다. 최근 저희가 포트사 분들을 만날 때 개별적으로 드리고 있는 말씀이긴 한데, 실제 어쨌든 VC 자본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저희의 Voice를 직접 전해 드리는 것이 나름 현실감각과 현재의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에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드리오니, 이미 다 아시는 내용이시더라도 한번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배경: VC 자본 시장의 구조와 위축의 근본적인 원인

- 결국 저희 스타트업이 투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 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VC 들이 운용하고 있는 펀드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 입니다.

- 그런데 이 “펀드”의 구성을 보면, 결국 대규모의 자본을 운용하는 곳의 소위 말하는 출자 라는 것으로 이뤄지는데요 (흔히 얘기하는 LP) 이러한 LP 들의 대표적인 예시가 국민연금, 각종 공제회, 은행권, 민간기업 등입니다.

- 그런데 모든 이런 자본들은 결국 본인들의 투자에 대한 수익 비교를 합니다. 쉽게 말해 요즘 같이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VC 펀드에 출자하는 것의 매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 게다가 종종 그들도 자본을 조달 하여 펀드 상품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조달 금리” 자체가 올라가 버리기 때문에 원활한 자금 집행이 되지 않습니다.

- 동시에 이런 자본들은 VC 펀드 출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포트폴리오 (상장주식, 채권 등) 으로 출자나 투자를 분산하는데요, 최근 1~2년간 스타트업 붐과 정부 정책으로 인해 VC펀드에 출자하는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아질 만큼 높아졌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결론적으로 쉽게 얘기하면, LP 자금이 먼저 막히고 / VC 펀드 결성이 더뎌 지거나 어려워지며 / VC 들은 기존 보유한 펀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즉 아껴서) 쓰겠다는 니즈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현황: 그래서 실제 요즘 VC 들은 어떤 행위를 하는가?

- 그럼에도 물론 최근 1~2년간 결성된 대규모의 펀드나 자금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수의 국내 VC들이 이를 일정 기간 내에 소진 해야 하는 것도 맞고요.

- 그런데, 그 투자 소진이 '지금'이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밸류에이션이 내려갈 가능성이 올라갈 가능성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안한다.' 가 아니라, '싸게 투자를 할할 수 있는 기회다.' 라고 보고 있는 것이지요. 

- 거기에 최근 상장시장의 급격한 하락도 VC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아주 실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투자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기업가치를 산정함에 있어서 모든 VC 들이 대부분 유사 상장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소위 말하는 Peer 로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유사 상장기업의 기업가치가 낮다면, 당연히 의사결정이 어려워 집니다.

-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특히 기업가치 기준 400억 ~ 500억 규모 이상 밸류에서의 펀딩에 극히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시리즈 B 이후 라운드가 매우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 입니다. 투자를 통해 기대 할 수 있는 향후 기업가치 자체 (유사 업계 상장사 or 유니콘 기업의 기업가치 겠지요) 가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 이미 경험 하고 계시는 곳들도 있으시겠습니다만, 실제 대부분의 시리즈 B 이상 Growth 단계 투자를 주로 하는 투자사들이 투자 행위를 중단하거나,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괴로운 일 이지만, 높은 확률로 이것이 당분간 길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3. 할 일: 지금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해야 할 일

- 우선 대상을 펀딩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 이었던 회사라고 하면, 아래의 행동을 주의 하셔야 합니다.

. 1~2개월 전에 “구두”로 누군가 언급한 투자 의향을 그대로 믿고 있는 행위

. 이전에 관심을 보인 VC들이 여전히 비슷한 온도로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 올해 초 기준으로 유사한 회사가 받았던 밸류를 지금 우리 펀딩에도 적용 시키려 하는 등, 특정 밸류에이션 숫자에 너무 집중 하는 행위

. 올해 하반기 / 내년 초에 펀딩이 들어온다는 전제로 런웨이 계획을 짜고 운영하는 방식


- 반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술보증기금 / 신용보증기금 등 공적인 기관으로부터의 대출 보증서 확보를 포함한 대출 가능 여부 파악

. BEP 시점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 및 경우에 따라서는 최대한 앞당겨야 할 수 있음을 인지

. 지금의 경색이 2~3년은 지속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재무계획 수립

. 사업적으로 무언가 더 해야하는가? 에 대한 고민과 동시에, 다 버려도 꼭 가져가야만 하는 우리 사업의 Core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행위


4. 향후 전망: 그런데 지금이 기회 입니다.

- 너무 우울한 얘기만 드렸는데요, 사실 지금 VC들이 가지고 있는 또 한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지금 이 시장에서 생존하면 그 과실이 매우 클 것이라는 것 입니다. 이는 경험을 통해 대부분의 VC가 인지하고 있습니다.

- 그건 실제로 맞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면, 우리와 경쟁관계인 곳도 동일할 것이고, 극단적으로는 더 이상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운 경쟁사도 생기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ㅠㅠ)

- 바라건데 이 기간을 슬기롭게 넘긴다면, 오히려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과정 중에 분명 어려움이 있으실 수 있을텐데요, 언제든 필요하시면 저희 베이스와 함께 얘기 나눴으면 합니다. (특히나 현재 펀딩이 필요하거나 런웨이 고민이 있는 경우는 최대한 빠르게 대화를 나눠 주셔야 합니다.)

- 끝으로 사족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저희 회사 심사역 구성원 중 한분이 번역한 글을 한가지 덧붙여 드립니다. (저희 심사역분이 운영하고 있는 웹진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Y-Combinator 로 잘 알려진 폴 그레이엄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한창 불황이던 2008년에 쓴 글입니다. 이미 10년이 지난 글이긴 합니다만, 그래서 더 새겨 볼만한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불경기에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 (번역)"

https://ebadak.news/2022/05/21/badeconomy/ (번역)


아마 사업을 하시면서 쉬운 순간이란 없으셨을 것입니다. 그런 때 일 수록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동반자 (저희 베이스인베스트먼트 라고 지칭하고 싶습니다^^) 와 함께 논의하시고 풀어나가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 편히 주십시요.

감사합니다.

신윤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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