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링: 확정적으로 정해진 미래를 준비하는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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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윤호
작성일
2022-08-31 11:28
조회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을 포함하여, 세상 모든 사람들에 대하여 제가 확실히 예측 할 수 있는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그 기간은 각기 다르지만) 우리 모두 늙고 병들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입니다. 인류의 발전 덕분에 이 “늙고 병드는 시간” 의 절대적인 양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늙고 병드는 과정이 과거에는 개인의 생애 주기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이제는 이 문제는 사회 보편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으며 문제가 커지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직관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급여 생활자라면 잘 알고 계시겠지만, 국가 4대 보험 중 건강보험료의 상승은 매년 꽤나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급여 명세를 잘 보시면, 건보료의 일부로서 “장기요양보험”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 항목의 매년 상승률은 건보료보다도, 그 어떤 국가보험보다도 높습니다. 이 재원의 목적은 65세 이상 노인 (또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 중 장기 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이들을 돌보는 것에 사용 됩니다. 장기요양보험료가 급증했고, 앞으로도 급증할 것은 자명합니다. 우리에게 “늙고 병드는 것의 문제” 는 보편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우리의 급여 명세에서 이미 알 수 있는 것 입니다. 

더 직관적으로 가볼까요? 65세 이상을 고령 인구라고 정의 할 때, 21년 한국 고령인구 비율은 17.1% 입니다. 25년이면 고령 인구는 1천만명을 돌파 합니다. 2050년 고령인구는 약 2천만명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 인구의 40%에 해당합니다. 이건 흔히 얘기하는 시장 성장률 전망 같은 것이 아닙니다. “확정적으로” 정해져 있는 숫자입니다.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사회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사회 문제” 라는 말을 “시장” 으로 바꿔 놓고 보자면, VC 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시니어 시장에 대한 저희의 View 에 대해서는 더 길게 한번 설명 드리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수급권자는 자가부담금 (재가 15%, 시설 20%) 이외에 비용을 공단으로부터 지원받아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이 중 방문요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이 방문 요양의 규모는 이미 ‘20년 기준 약 4조원을 넘어섰고, 성장의 속도는 폭발적일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조원 시장규모에도 불구하고 요양보호사를 수급 매칭해주고 관리하는 영세 업체들이 난립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로컬 비즈니스의 한계를 넘기 위한 전략과 스케일업을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이 확보된 전문 업체가 전무했습니다. 

케어링은 다수의 기업형 방문요양센터가 수급자 2~300명 수준을 넘지 못하고 대형화가 실패했던 이 시장에서, 설립 3년여만에 최근 기준 수급자 4천여명 이상을 달성하며 대형화 / 구조화로 나아가고 있는 팀 입니다. 업무 시스템 자동화, 운영조직 최적화, DT 적 접근 등 여러가지를 얘기 할 수 있겠습니다만, 역시나 이를 만들어나가는 원동력은 팀이 가지는 Grit 과 시장에 대한 미션이었습니다. 케어링의 김태성 대표님을 처음 뵌 것은 약 3년전 이었는데요, 앞서 언급한 장기요양보험 기반의 방문 요양보호 서비스를 만드시기 시작 했을 때 였습니다. 그 3년 기간동안 꾸준히 찾아뵈면서 과연 이 사업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지켜볼수 있는 감사한 기회였는데요 (동시에 그 3년동안 두번 투자 제안을 드리고 두번 거절당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ㅠㅠ) 

그런데 앞서 말씀 드린 사업의 당위성이나 시장의 가파른 성장과는 달리, 제가 지켜본 그걸 만들어나가는 그 과정은 정말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태성 대표님이 종종 하셨던 말씀은 바로 "어려운 문제는 어렵게 푼다" 였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묘수나 쉬운 방법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정석으로 어렵게 푸는 것을 늘 우선 했습니다. 이 사업은 그런 사업 같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돌려서, 사실 이 비즈니스는 아주 명백한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바로 이미 초고령사회를 우리보다 먼저 진입했던 일본입니다. 사실 장기요양보험이라는 것도 2000년 일본에서 도입된 개호보험제도가 그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같이 다양하고 영세한 민간 사업자가 난립하는 구조로 시작했지만, 결국 대형화를 통한 효율 극대화의 방향으로 전개 되었습니다. 개별기업들이 수조원 매출 규모로 성장했고요. 쉽게 말하자면 사회 구조적으로나, 사업의 방향성으로나, "정해진 미래" 에 가깝습니다. 그 정해진 미래가 꼭 달가운 모습은 아닙니다만, 당대의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을 보편적으로 탁월하게 제공하는 것이 위대한 기업의 조건이라면, 케어링은 그것이 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으로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