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간데이터: 피터 린치의 완벽한 선택

Stories of Bands
작성자
이무영
작성일
2023-02-13 09:46
조회

초천재의 아우라를 풍기는 범상치 않은 외모의 소유자, 언제가부터 밈이나 짤로 더 익숙해진 것 같은 피터 린치는 80년대 미국 주식시장 대호황기를 대표하는 펀드매니저입니다. 당대 가장 큰 공모 펀드를 운용하면서도 압도적인 성과(연평균 +30%)로 간접 투자 시장의 지평을 확장하고, 속해 있던 피델리티를 왕좌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기여한 1등 공신입니다. (세간의 평가와 다르게 그는 자신을 2등으로, 1등은 피델리티 유럽의 앤소니 볼튼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터 린치의 책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볼튼의 책도 일독을 추천드립니다)

성과도 훌륭하지만, 시대를 초월해 그가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는 남긴 책들 때문일텐데요. 모든 책들이 여러 투자 원칙과 이론을 자신의 경험을 배경으로 재밌게, 그리고 직관적으로 풀어낸 그야말로 고전, 더 나아가 바이블입니다. (그러고보니 비상장 VC, 그중에서도 초기 시장에서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은 10루타(10 beggar)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쓴 것도 이 분이네요)

쌩뚱 맞게 피터 린치를 소환한 이유는, 그가 정의한 (그냥 좋은 것도 아니고) "완벽한" 투자 기업의 속성에 놀라울 정도로 부합하는 곳을 소개드리기 위함입니다.
클리니어라는 브랜드로 청소 용역(더 쉽게는 건물 청소)로 대표되는 건물 관리(Facility Management; FM)을 주 업으로 하고 있는 한국공간데이터입니다.

먼저, 린치의 '완벽한 투자 종목' criteria는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1. 회사 이름이 따분하고 우스꽝스러움
2. 따분한 사업
3. 혐오스런 사업
4. spin-off
5. 기관 미보유 & non-coverage
6. 음모론(유독 폐기물이나 마피아와 관련됐다)
7. 음울한 사업
8. 성장 정체업종
9. 틈새 확보
10. 반복 구매
11. 기술 기반
12. 내부자 주식 매수
13. 자사주 매입

한꺼풀만 벗겨 보면, 혹은 알고 보면 큰 사업 기회가 존재하는 시장이 있고 여기서 누군가 조용히 앞서 가고 있는데 인간의 DNA에 각인된 편견 혹은 무지 때문에 이 좋은 기회가 무시될 때가 완벽한 투자의 기회입니다.
이 중 12, 13번을 제외(비상장이며, 연혁이 짧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의 특성상 12, 13번이 적용되기 어려움)한 모든 항목에서 한국공간데이터는 해당이 되거나 심지어 더 좋은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하나하나 퀵하게 살펴볼까요.

1. 한국이라는 나라 이름으로 시작하는 레거시 기업조차 별로 없고 뒤에 멀 붙여도 올드하죠. 심지어 한국/공간/데이터라는 3개의 명사의 조합이라뇨..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2. 기본적으로 자고 일어나면 대박나는 사업이 아닙니다. 아주 오퍼레이션 헤비한 사업. 해도 정도껏이지, 챗GPT 시대에 건물 청소라니요. 이것도 마찬가지.
3. 린치가 든 예는 폐기물 관련 업체였습니다. 한국공간데이터 역시 하루에 몇 톤의 폐기물을 처리합니다.
4. 린치는 노키아의 예를 듭니다. 목재 회사에서 쌩뚱 맞게 무선단말기 만드는 조직을 자회사로 뺀게 시작이었는데 주력사업은 아니어서 남들의 관심은 없었지만 독립된 조직 속에서 꾸준히 사업을 추진하다 대박났다는건데, 한국공간데이터 역시 2개의 다른 BM을 실험하는(그러면서 동시에 현재의 BM을 강화하는) 자회사가 있습니다.
5. 투자씬에서 핫하지 않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이 팀을 다른 VC에 소개했을 때, '오 너무 좋은데?'라는 반응은 제로. '다시는 너를 안보겠다'는 반응까지 봐버렸습니다.
6. 사업 초기, 그나마 동종업계라고 할 수 있는 프랍테크 스타트업에서도 서비스에 굉장히 회의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쓰레기도 치우고 화장실도 치우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음모가 아닐 수도요. 
7. 건물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존재했을 비즈니스이지만, 머리에 떠오르는 회사조차 없습니다. 애초부터 자영업의 영역에 가깝고 스케일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8. 스케일을 만든 거의 유일한 케이스는 대기업 계열사로 그룹 물량을 소화해주는 케이스인데, 열외없이 성장 멈췄고, 이제는 일감몰아주기 불법이랍니다.
9. 8번 상황 때문에 꽤나 큰 틈새 시장이 존재하며 7번의 이유로 그 규모가 꽤 커질 수 있습니다. 공유오피스/주방 등 새로 생긴 업태는 덤. 기존 업체들은 여전히 공용부만 집중합니다.
10. 대기업부터 각 카테고리의 1위를 차지하는 고객사들이 이탈없이 쓰고 있습니다
11.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건물주는 건물의 상태를 체크하고 워커를 효율적으로 to-do를 파악합니다.

탑다운 관점에서 시장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좋은데, 1차적으로 타겟하고 있는 FM(Facility Management) 시장은 의무적으로 관리인을 뒤야하는 6층 이상 빌딩은 전국 22만동(+3% y/y)이고 해당 건물 관리비 월 2천만원을 적용시 4.4조원 규모입니다. 전국의 빌딩 수는 720만동으로 수십조원 규모를 타겟합니다. 영세 청소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비율이 매우 큰 상황인데, 시장 리더가 빠르게 성장(연매출 1.3조, 08년 대비 10배 성장)하면서 기업화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업적으로도 차별화 포인트가 명확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모든 솔루션을 경쟁력 있게 제공하고 이를 S/W 기반으로 관리함으로써 LTV 극대화, 압도적인 고객경험 달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인데요. 
공용부(계단, 엘베 등)와 전용부(각 회사)를 따로 관리하던 관행, 청소와 비품 관리가 따로 되던 관행을 뛰어 넘어 모든 서비스를 턴키로 제공할 수 있고 청소 외 서비스(수리, 이동 등)까지도 커버하면서 이 모든 과정에 대한 문의부터 확인까지를 앱으로 커버할 수 있게 고도화했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매월 20% 이상 성장하며 중견기업의 외형까지도 갖추고 있는 모습입니다.

시장과 사업의 기회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고, 이 일은 많은 오프라인에 산재한 다양한 사이트들에서 이해관계자를 포괄적으로 설득하면서 탁월하게 운영되어야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똑똑한 대표(김현우 대표님은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바클레이즈, KKR 등 글로벌 IB와 PE에 재직)+훌륭한 조력자(죽마고우이자 유관 스타트업 경험을 토대로 오퍼레이션을 커버해주는 코파운더)+성공해야 하는 이유(그 좋은 커리어를 포기하고, 부모님조차 반대한 청소업을 하다 망했다는 소리를 들을 순 없잖아요)의 조합이라면 어떨까요. 저는 그 결과가 성공일 가능성에 베팅하겠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피터 린치 옹께서도 완벽하다 잖아요.

한국공간데이터가 모든 건물을 지배하는 그날까지, BASS가 함께 합니다!